2021 호미문학대전
한 마리 나비를 받치고 있던 지개작대기를 본적이 있다
나비는 한 짐 풀색을 져 나르거나
빈 콩깍지가 가득 담겨있기도 했다
온갖 꽃들과 넝쿨들과 달짝지근한 찔레순과 칡꽃이 실려
있는 동안 아버지의 바작은 식물성을 지나 나비 과(科)로
변태되었을 것이다
나비는 한 벌 날개에 봄볕을 가득지고
온갖 꽃들을 찾아다니며 복토한다
싸리 꽃 밍밍해지면 싸리나무 베어다
커다란 나비 날개를 엮던 아버지
꼴을 베어 나르는 동안은 모시나비로 무를 뽑아 나르거나
고구마를 캐서 나르는 동안엔 힘이 센 호랑나비가 되고 채
소밭 들어설 때 아버지는 배추흰나비가 되고 산에 오를 때
는 콧노래 곧잘 부르시는 흥얼나비가 된다
지금은 헛간의 계절 바작은 날아오르지 못하겠지만
더듬이 끝에서 더듬더듬 싸리 꽃 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