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부실·참신함 실종…설탕 공약·비난 난무
연동비례대표제는 취지 무색…'역대 최악' 평가도
정치평론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 대통령중임제·지역정당제 등 개혁 필요"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자금의 4·10총선은 ‘타락한 정당과 그 후보들의 경연장’이란 세평(世評)이다. ‘민주정(democracy)’의 퇴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물론 유권자는 더욱 험한 악평을 내뱉는다.
타락했다는 것은 넓은 의미이지만 우선 각 정당과 그 정당 후보들의 부패 행위로 도덕성이 땅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몰염치, 부패, 행악, 출세주의자, 이권 투기꾼, 약빠른 자, 아부꾼 등등이 종횡무진하는 3류 영화 못지 않다. 소설 삼국지만큼이나 별의별 군상들이다.
정당에서 처음부터 후보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점도 있지만, 아예 정당판에 공천 신청에는 참신한 사람은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현 정치 풍토여서다. ‘까마귀 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식이다.
역대 총선 중에서 최악의 수준이다. 거대양당이 비전은 없고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적인 달콤한 공약만 남발하고 서로를 나쁘니 심판한다며 서로 물고 뜯고 싸우니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말까지 나온다. 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이전투구판이 됐는지 원인과 대안은 없는가? 21세기 한국의 숙제다.
먹고사는 민생이나 공동체의 발전내지 진보는 정치의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정치의 출발이 선거다. 지상 세계에서 가장 신성(?)해야 할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 게 22대 총선 후보들이다. 이들을 공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실한 집단인 각 정당과 그 당권 장악자가 최종 책임자다.
우선 단순하게 후보만 보자.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자화자찬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 결과 국민의힘은 유승민계, 민주당은 비명(非 이재명)계가 모두 공천 탈락했다. 일부 주류에 영합한 인사나 당권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후보들은 구제 받았지만.
민주당의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쓰면서 유행어가 된 ‘비명횡사’에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 친문(親문재인)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이 대표적으로 거세됐다. 친문 임종석 전 의원도 권토중래에 실패했다. 친문은 이재명 대표만 욕할 일이 아니다. 친문도 2012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과 경쟁한 김두관을 한나라당 후보가 내리 당선된 경기도 김포에 공천해 4년간 야인으로 살게 했다.
지난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당시 여권이 낙점한 대표 후보의 적수인 상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여권의 공작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권력의 꼭두각시 이른바 ‘연판장 초선의원’ 총 48명의 의원들 중 27명이 이번에 공천을 받았고 그중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등 일부 인사들을 공천했다 취소하는 헤프닝을 연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동작갑 보은·옥천·영동·괴산, 고양정, 밀양·의령·함안·창녕, 청주상당, 대구중·남구, 수영구에 공천이 취소됐다. 김용태(고양정) 후보 등으로 긴급 교체했다.
민주당에서는 부동산을 당에 허위 신고한 세종갑의 공천도 취소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담양·함평·영광·장성, 서초갑 후보를 취소하고 재공천했다. 공영운(화성을)·양문석(안산갑)·박민규(관악갑) 김준혁(수원) 후보 등이 부동산 등 각종 의혹을 안고 있다. 공 후보의 경우는 현대자동차 전직 부사장인데, 재벌의 정치 유착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기에다 재판 당사자인 이재명 더민 대표와 조국 전 법무 장관도 이번 총선 후보다. 법률의 심판보다 선거에 의한 선택이 더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지만,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총선으로 후보 문제를 떠나 비례대표제 자체가 누더기가 됐다. 정치평론가 J씨는 “이런 공천이 재연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평론가들에 의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총점에서 합격점을 받은 정당은 개혁신당(이준석 대표) 정도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의 박은정 후보 남편은 서민들은 감조차도 오지 않은 거액의 금액을 횡재 수임한 전 검사장의 전관예우가 드러났다. 전관예우는 법조뿐 아니라 각 분야에 뿌리 박힌 우리 사회의 거악의 하나다. 하다못해 군청 사무관 퇴직자도 전관 혜택을 받는 나라다.
국민의힘이 만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임명직(?)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정당 관청가 주변 엽관(猟官)적 배지 구직자들이 불나방 같이 모여들었다. 비례 후보 명단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과거 ‘골프 접대’ 의혹 등이 드러난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이 만든 비례대표 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는 시민사회 측 추천 후보의 이력 논란으로 잡음이 일었지만, 부패 사범이라기 보다는 시국사범이다.
불법성 유무와 무관하게 국민 일반의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도덕성을 안고 선량(選良)이 되기 위해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4년 임기 중에는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넘어갈 공산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위해 일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반(反)도덕적인 의혹 후보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공천한 정당은 정당 기능에 하자가 생긴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다.
총선이 구조적으로는 1표만 더 많아도 당선되는 1구 1인제(소선거구제)의 단점만 노정됐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는 게 오래전부터 대세였으나, 선거법을 바꾸는 권한이 현 선거제로 당선된 국회의원이어서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정치엘리트 인력 충원도 문제다. 한 사회과학자는 “권위주의 정권의 종식을 가져온 ‘87체제’이래 참여연대 같은 시민운동과 86세대 운동권들이 전문직종 등 사회 경험 없이 운동시절 불타는 의욕만 가지고 정계에 입문해서 변질 된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불행의 씨앗”이라고 본다. 이부영 김근태 제정구 유인태 이우재 원혜영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씨 같은 반(反)유신의 재야인사들은 쓰디쓴 밑바닥 경험이라도 하다가 정계에 투신해 86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역대 최악 인사로 구성된 22대 국회가 4년간 정쟁의 무대로 되는 것은 국민에게 불행이다”며 “7월 개원 즉시 법 개정에 착수해 선거법을 2024년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 25년 말에 가면 26년 지방 선거에 눈독이 가 있어 개혁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평론가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아야 극한 진영정당정치 폐단이 줄어든다, 대통령중임제, 지역정당제 허용으로 지방선거에서 중앙(전국) 정당은 공천을 행사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3대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22대 국회는 이 3대 개혁만 완수하면 밥값을 한 것”이라며 “최악의 22대 국회는 조기에 해산하고 2026년 지방선거와 23대 국회를 조기에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4대, 12대 국회는 여야 정당의 합의로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한 전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