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총선 후 '尹 옹호'·'韓 맹폭'
최근 尹과 4시간 가량 만찬회동
참모진 개편 등 국정 현안 논의
당권·대권 도전 가능성 관측 속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추진 등
전국 보수층 지지세 확장도 적극
4·10 총선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잠룡격인 홍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는 ‘밀월 모드’에 진입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후계자로 인식돼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이른바 ‘윤·한 갈등’설이 나오면서 과거 대선후보 경선부터 껄끄러운 관계인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의 유착 모습이 현저히 대비 된 것이다. 이 같은 밀월 관계는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복병을 만난 윤 대통령의 정국 돌파와 홍 시장의 윤심(尹心) 당심(黨心) 얻기 전략이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부터 과도한 ‘한동훈 때리기’와 라이벌이었던 ‘윤 대통령 감싸기’에 집중해왔다. 그는 “대선은 당이 주도해 치른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다” “셀카만 찍다가 (선거) 말아 먹었다”는 등등의 발언이 이것이다.
물론 국힘 내부의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반격도 나왔다. 김경율 국힘 전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홍준표 시장을 겨냥 “홍준표 시장은 공공선이라는 것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등 홍 시장의 발언이 평정심을 넘었다는 일각의 비판 분위기도 있다.
연일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던 홍 시장이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 소식이 알려졌다. 깜짝 소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형식으로는 윤 대통령이 만찬 회동을 요청했지만, 홍 시장의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윤 대통령은 전국 시도 지사 중에 총선 이후 홍 시장을 처음 만났다. 가장 중요한 시국에 만났다는 점, 그리고 시간도 4시간가량이나 대통령과의 장시간 독대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우선 드러난 것은 국정 쇄신과 관련해 내각·참모진 개편을 포함한 국정 운영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홍 시장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홍 시장은 다른 인사를 추천하며 사실상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가 안팎에서는 홍 시장이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밀어주는 여권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카드 중에 하나라는 전망이다. 다음 대선 출마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거쳐 가는 코스로 홍 시장은 총리나 당 대표에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총리를 노린다는 정가 일각의 관측은 야당이 다수인 국회 동의가 필요한 시점에 홍 시장의 발언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송영길 대표도 풀어주고 돈봉투 사건도 불구속 수사함이 앞으로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불구속 재판을 주장한 것이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 중퇴 사퇴라는 명분 상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한 간부는 “홍 시장이 총리나 당 대표로 가면 굵직한 지역 현안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기대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 시장이 차기 당 대표를 노린다는 설도 있다. 이르면 올해 전당대회나 내후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을지도 모르는 전대에서다. 윤 대통령과 만난 다음 날, 당 대표 선거 ‘당원 투표 100% 반영’을 주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에서 이를 주장했을 것이라는 당내 관측이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원 투표에선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이겼다. 당권 장악 후 대권 후보 직행 코스다.
홍 시장은 경남지사와 대구광역시장을 모두 지낸 국힘의 텃밭인 경상권(영남권) 맹주라는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대구시의회가 흔쾌히 수용하지 않는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해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산업화의 영웅, 박정희’ 이미지를 겨냥, 보수층의 지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시장이 여권의 차기 주자로 급부상함에 따라 여권의 대선판도 요동칠 것으로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전망한다.
한때 윤 대통령의 후계자로 점쳐졌던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오찬 회동에 불참하면서 지난주 전 비대위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은 ‘반윤(反尹)’노선으로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여권 주자로는 일종의 도박인 제2의 유승민의 길인 셈이다.
그동안 예비 대권판의 상수였으나 조용하기만 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낙선자 모임을 이끌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이번 총선 인천 계양구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우파 층에 강인한 인상을 줬고, 27년 대선의 이슈가 경제 문제일 경우 경제통으로 부각할 수 있는 유 전 원내대표도 다시 회생할 수 있는 복병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전당대회 때 타의로 내몰린 안철수 의원, 나경원 당선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