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청송객주문학대전 단편소설 동상

글은 엉덩이로 쓴다.

알을 품고 있던 윗매듭 비둘기 새끼가 막 태어나던 순간 고국에서 날아온 수상 소식은 기적일까요, 우연일까요? 새는 엉덩이로 부화시킨 네 마리 새끼를 저는 엉덩이로 쓴 새로운 이야기를 각각 세상에 선보이게 된 건 분명 기적이겠지요. 새와 제가 받은 선물은 엉덩이의 열매입니다.

유리로 차단된 몇 미터 앞의 보틀 추리 위에 얹힌 둥지를 바라보며 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애가 탄다! 애가 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새의 눈을 뚫어보면 새는 어지러이 눈을 피하다 결국 제 동공에 멈추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새가 안 됐다는 생각에 양심 가책을 느끼고, 그 가책의 심정이 자연히 세상을 향해 뻗어가곤 했습니다.

참 안 됐다 싶은 세상의 수많은 일들.

새가 놀랄까 봐 그동안 열지 못했던 창문을 활짝 열자, 네 마리 새끼의 우는 소리가 제 귀에 들려옵니다. 새끼들의 그 여린 울음소리는 뭐라고 지껄이는 걸까요?

“엄마, 배고파, 엄마, 배고파!

윗매듭 비둘기 새끼들이 배가 고파서 짹짹 운다는 걸 초인적으로 분주하게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어미 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호주 카우라 일본 전쟁수용소 그곳 바위에 한글로 새겨놓은 글씨는 어머니였습니다. 누구의 절규였을까요? 마음이 먹먹합니다. 일백오십 명의 한국인이 일본 이름으로 일본인 포로로 나라와 말을 잃고 억류된 채 불렀던 모국어 어머니!

숨은 역사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보낼 수 있도록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거대한 역사의 산맥에서 실핏줄 같은 광맥 한 줄을 캐내는 작업은 저에게 보람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카우라 전쟁 포로수용소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써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호주 뉴캐슬이란 곳엔 낭만이 넘치는 해변도 있고 하얀 모래사장과 광활한 바다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소설 속 인물을 탐구하는 작업은 기실 저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사악한 인간이든 착한 인간이든 사랑스러운 인간이든… 모두 제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입니다.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북일보 그리고 청송 객주 문학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귀순

△약력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 해외민초문학상 소설 대상, 《호주동아일보》 신년문학상,
소설집 『비단뱀 쿠니야의 비밀』, 『어제 오늘 내일』, 『바닷가의 묘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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