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자료 미제출·개인정보 공방…과거 청문회 태도 '내로남불' 비판도
“무자료 총리 안 돼” vs “흠집 내기 그만”…도덕성·자질 검증 '입씨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4일 시작됐습니다. 이틀간 열릴 이번 청문회는 증인 채택이 불발된 데다 자료 제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맹탕청문회, 김빠진 청문회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시사진단 프로그램인 경북일보TV ‘설설설’은 김민석 후보에 대한 첫날 청문회 분위기와 함께 주요 질의에 대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진행=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드라마보다 더 재미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고 TV 앞에 앉으신 분들 많으실 듯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화끈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 여당 의원들이 야당일 때는 그야말로 엄청난 화력으로 청문회장을 달궜었죠?
그런데 지금 공수교대가 되고 보니까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만약 지금 김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을 지난 윤석열 정권 후보자가 받고 있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아마 몰라도 벌써 후보 사퇴했을 겁니다. 그래서 당은 일단 잘 타고 나야 하는 겁니다. 김 후보는 복이 참 많습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사랑받고 여당 의원들이 철벽 수비를 해주고.
결국 재미가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청문회 재미를 뚝 떨어뜨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증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도 훌륭한 조연이 있어야 빛나죠? 조연 인기가 주연 인기 못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조연이 없는 청문회, 김이 빠집니다.
구성상 너무 단조롭잖아요. 가끔 증인이 끼어들어야 긴장감이 높아질 텐데 맥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료 제출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야당이 김 후보자 측에 제출을 요구한 자료가 97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는 7건뿐이었습니다. 이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료 제출 거부해도 될까요? 몇 가지 사유가 붙을 수 있습니다. 가장 무난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입니다. 역시 김 후보자도 이를 내세웠습니다. 물론 국회 청문회장이라고 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료 제출을 요구해서는 안되겠죠. 그야말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필수자료로 한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미제출 사유로 전례를 들었습니다. 자료 미제출이나 자료 제공 부동의 문제에 대해서 한덕수 후보자를 비롯한 여러 명의 총리 후보자를 거론하면서 “그간 인사청문회의 전례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자료 중에는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요구가 허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몰아세우고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겁박하는 것이 정상적인 청문회인가. 망신 주기, 흠집 내기 청문회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 때 민형배 의원 등이 자료 제출 거부에 대응해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6월 3일 이전까지 그러니까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지난 3년간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 의원들이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무려 30건이 됐습니다. 이 가운데 26건은 청문회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답변 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아예 인사청문회를 윤리검증 청문회와 역량검증 청문회로 나누려고 하고 있습니다. 윤리검증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사항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와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증인 없고 자료 없는 청문회로 맹탕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 대한 ‘흠집 내기’가 도를 넘었다”며 오히려 김 후보자를 엄호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렇게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의원은 “제출받지 못한 자료가 전체의 73.3%에 이른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후보자의 수입·지출에 관한 구체적인 내역과 후보자 자녀에 대한 외화 송금 내역 등은 후보자의 청렴성, 도덕성 부분을 소명할 핵심적인 사항이라며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 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9차례 실시됐지만 이번같이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도 “지난주 개인정보 동의서를 청구했지만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직 사인을 안 했다. 이 자리에서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세금 안 내려고 영수증 제대로 교환 안 하는 것을 무자료 거래라고 하는데, 무자료 총리가 되면 안 된다”며 김 후보자의 채무 상환 관련한 통장 내역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또 주진우 의원은 “유학 중인 장남에게 송금된 외환거래 신고 내역이 없다. 제3자가 유학비를 낸 것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이에 반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배우자에 대한 민감한 정보와 청문회와 전혀 관계없는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요구가 허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몰아세우고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겁박하는 게 정상적인 청문회인가”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재산 증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습니다.
김 후보는 수입보다 지출이 약 6억 원 정도 많다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질의에 대해서 “조의금과 출판기념회 2차례로 4억1000만 원, 처가에서 생활비로 받은 돈이 2억 원이라며 출처를 밝혔습니다. 또 김 후보자는 “한 시기에 몰려서 상당액의 현금을 쌓아 놓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매년 조금씩 받아 그때그때 지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축의금과 조의금, 출판기념회에서 모여진 액수도 통상적인 규모였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리 후보자는 또 올해 국가채무 비율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올해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야말로 정부 각료가 알아야 할 기본 데이터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추계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예산과 추계는 관련이 없습니다. 추계는 세수와 관련된 용어입니다.
또 김 의원이 “올해 국내 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즉답을 못하다 김 의원이 재차 재촉하자 20~30%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48.4%라고 밝히고 2차 추경안이 정부 안 대로 집행된다면 채무비율이 49%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내일 한 차례 더 열립니다. 여당이 의석의 과반을 넘겼기 때문에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후 무난하게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