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임 어떻게 보십니까? 검찰이 정권에 저항하는 신호탄으로 생각하십니까?
심 총장은 임기 2년의 절반이 못되는 9개월만에 사표를 던졌는데요. 어제 발표된 입장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직을 내려 놓는 것이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입장문은 짤막합니다. 검찰에 대한 새 정부의 개혁정책을 수용할 수 없어서 항명성 사표를 낸다고 밝히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용된 단어와 흐름은 평범합니다. 그렇게 강한 결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정권을 통박하는 강한 어조는 아닙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형식적인 반발, 솜사탕 같은 입장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검찰 내부에서 일고 있는 절망적인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내부 반발이 클 듯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재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사실상 검찰의 완전 해체입니다. 검수 완박을 넘어 분해 수준까지 갈 것으로 국회 주변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개혁안의 핵심은 2700명에 가까운 검사들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래도 수사를 하고 싶다 그러면 중수청으로 가라 이겁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검사가 아닙니다. 수사관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검사가 수사관이 되는 것을 수용해서 중수청으로 갈까요?
생계가 막막하고 변호사 개업을 할 수도 없는 분들이야 어쩔 수 없이 갈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야’라며 희망적인 기대를 하는 검사도 수용하겠죠.
그렇다고 모두 사회로 쏟아져 나오면 변호사 사회가 대 혼란에 빠질 겁니다.
10년, 20년에 걸쳐 나와야 할 자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발에 차이는게 검사고 변호사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서 수임료 체계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덤핑이 판을 칠 겁니다.
그렇다고 기업들도 특별 우대를 하며 모셔가지도 않을 겁니다. 그냥 채용을 해도 줄을 설 수밖에 없는데 왜 특별대우를 해주겠습니까.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검찰의 핵심자리에 포진한 고위급들의 사표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등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어제 날짜로 검찰 인사가 있었으니까. 조만간 줄사표가 이어질 겁니다.
그런데 어제 검찰인사에 말이 많죠?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이 발탁되자 조국 혁신당이 친윤검사라며 비판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비해 서울동부지검장엔 검찰 개혁을 주장해 온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승진 임명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 인사가 있으면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비장한 내용의 글을 한 줄씩 남기고 떠나죠?
이렇게 되면서 신구 교대, 물갈이 인사가 통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때가 때이니만큼 파장이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개혁 방향이 정해지면 결단하는 검사들이 줄을 이을 겁니다.
하여튼 심 총장이 한 말 “지금 직을 내려 놓는 것이 마지막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 판단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심 총장의 입장문 어디에 방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맞습니다. 지금입니다. 미미적대다가 민주당이 최종 개혁법안을 만들어 검찰을 공중분해시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일신의 영달을 꾀하느라 조직을 지켜내지 못한 역적이라는 오명을 쓸 겁니다. 그 욕은 누대에 걸쳐 내려 갈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개혁은 진보정권의 화두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검찰개혁을 부르짖었습니다. 김태정 법무장관이 검사 인사를 통해 길들이기를 하려다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검난에 부딪힌 정권이 물러 섰습니다. ‘옷로비’라는 사적인 의혹까지 불거지자 법무부 장관이 퇴진을 하게 되고 검찰 개혁은 휴지기에 들어갔습니다.
하다 못해 노무현 대통령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TV토론을 통해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 때 신참 검사가 “당신도 사건 로비를 하지 않았느냐?”고 대놓고 물었죠? 대통령이 ‘이제 막가자는 거죠?“라며 막갈 듯이 했지만 검찰 개혁은 진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검찰과 별도로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 신설을 추진했는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설립이 됐습니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경우가 16명에 이릅니다. 너무 많죠. 그 이유는 모든 정권은 검찰의 번쩍이는 칼을 탐냈기 때문입니다.
정적을 제거하는데 그만큼 효용성이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검찰이라는 최고의 사정 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갈등으로 물러난 검찰총장들의 퇴임사를 보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데 모아지고 있습니다.
검찰 본연의 자세를 수사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 인사에 저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정성호 내정자의 말에는 민주당의 검찰 개혁 방향과 다소 온도 차가 나고 있습니다.
정 내정자는 “검찰 조직의 해체라든가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찰개혁, 사법체계 변화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차분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관계 당사자들의 뜻을 모아 최종적으로는 입법과 여야 합의를 통해서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 붙이고 있는 ‘검찰개혁 4법’에 대해서는 “주장일 뿐”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진보정권들이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결말을 보지는 못했던 것이 검찰개혁이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 폐지를 주장했지만 공수처 신설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수완박으로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표가 검사들의 난인 검난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 방향에 따라 결정될 듯합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당사자들의 뜻을 모으고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한 점을 보면 검찰 완전 해체 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찰 해체는 민주당의 오랜 숙원입니다.
정권 초기 1년을 놓치면 개혁은 물건너 간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권 초기에 검찰청 해체 수준의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심우정 총장의 사퇴가 검찰이라는 이름을 지키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 기자명 황재승 기자
- 승인 2025.07.03 10:40
- 지면게재일 2025년 07월 0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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