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일타 강사였던 전한길씨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수 결집에 핵심 역할을 했던 전 씨가 이번에는 아예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국민의힘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거의 태풍급입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구호에 밀려 한동안 그의 존재감 자체가 미약했습니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 무대 전면을 밀고 들어 온 겁니다.

그는 지난달 9일에 국민의힘에 조용히 입당했습니다. 본명인 전유관으로 서울시당을 통해 입당을 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그의 입당을 파악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가 입당 사실을 밝히자 국민의힘은 콩죽 끓듯 들끓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입당 이유를 분명히 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겠다.’ 만약 그런 후보가 없다면 자신이 직접 당 대표 후보로 나서겠다고까지 했는데요 국민의힘은 그가 대표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책임당원으로 가입한 뒤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해야 출마 자격이 생기지만 그는 한 달 치를 냈을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한길이 지지하는 사람은 무조건 당 대표로 만든다는 게 전한길의 마인드다.”

지지 대상은 윤 전 대통령을 무조건 끌어안는 사람으로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전한길TV에서 10만 명이 이미 입당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구독자를 뜻하는 것 같은데요.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이후 오히려 당원이 80만 명에서 71만 명으로 줄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하여튼 국민의힘 지도부가 속앓이를 하지만 그의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역사 강사 계약이 해지된 뒤 주로 유튜브 무대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그 튀는 목소리로 시원하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저는 흉내도 못 내겠습니다. 타고난 성대를 가진 듯합니다.

하여튼 그의 말은 정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습니다. 반 윤석열 전선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주적이 되고 있습니다. 한 전 대표가 전 씨 입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도 영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것이 감정의 골을 깊게 한 듯합니다.

전 씨는 출당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전한길이 탈당해야 하나 한동훈이가 탈당해야 하나 묻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키워줬는데 한 전 대표가 배신했다며 배신자 프레임을 강하게 씌우고 있습니다.

전한길 싱크(윤석열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뒷부분. 한동훈 전 대표 비판) 당연히 국민의 힘은 전 씨에게 빚을 졌습니다.

지난 탄핵 광풍이 불 때 지리멸렬하던 보수가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는 구름 청중을 몰고 다녔습니다. 그야말로 신드롬이었습니다. 동대구역 광장과 광주 금남로 탄핵 반대 집회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보수층은 그의 등장에 열광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각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의 싹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전 씨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SNS를 통해서 그의 입당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라지니 유튜브 강사 데려다 친길계를 만들려고 하느냐, 친길당 대표 만들어 내란당, 윤어게인당으로 완전 침몰시키려 하는냐”고 공격했습니다.

전 씨를 이를 맞받아 쳤습니다.

싱크(안철수 의원님 충고하나 할께요).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에 대해서도 융단폭격을 가합니다. 민주당 갔다가 국민의힘에 왔다가 영혼을 알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몰아쳤습니다.

그리고 역시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표출했습니다. 대선 개표 당일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한 데 대한 불만 표십니다.

싱크(김문수 후보님 섭섭합니다).

그러나 전한길씨 입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국민의힘 내에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김문수 전 후보도 전 씨 정도는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로 인해 친한 그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역시 대표에 도전한 장동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의 입당을 긍정적으로 표시했습니다.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 총질 세력이 탄핵에 반대했던 수많은 국민과 국민의힘 그리고 나를 극우로 몰아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한길 씨를 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여론 조사에서 장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당 안팎에서 유심히 지켜 보고 있습니다.

전한길씨가 말한 이런 바 ‘10만 양병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 씨의 입당 문제를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공론화에 돌입합니다.

서울시당은 오는 24일과 25일 중에 윤리위원회를 열어서 전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 대표는 “당에 유해한 행위나 민심에 벗어나는 언행이 확인될 경우에 당헌 당규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입당에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전 씨를 징계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 많은 의원들이 그와 동행하며 탄핵반대 집회를 해 왔는데 과연 그를 쉽게 내칠 수 있을까요?

당권 주자들 사이에도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어서 이번 전당대회가 전한길을 품어야 하느냐 내쳐야 하느냐를 놓고 표대결을 벌이는 전한길 찬반 투표 대회가 될 듯합니다. 친길계와 반길계가 벌이는 중원의 대혈투 예곱니다.

그런데 전 씨 입당 논란이 국민의힘 지지율 견인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동 이후에 지지율이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반전됐습니다. 실망해서 등을 돌렸던 국민들이 다시 국민의힘에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특히 그가 20대와 30대를 끌어 들이는 데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파괴력은 있을 듯합니다.

하여튼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전한길씨가 부상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흥행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전한길 씨가 탄핵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이나 출당 조치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힘이 온전하지 못할 것은 자명합니다. 내분이 격화될 겁니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분당이 시작되는 전주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만약 전 씨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쪽에 있던 그룹이 탈당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한솥밥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융합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국민의힘은 전한길 당이라고 불릴 겁니다. 한동훈 (전)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그 깃발 아래에서 숨 쉬려고 하겠습니까?

저는 반대파가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 깃발을 올릴 가능성이 100%로 봅니다. 정계 개편이 시작되는 거죠.

반대로 탄핵반대파가 당권을 잡는다면 탄핵 찬성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때도 줄줄이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거나 황교안 신당으로 갈 겁니다.

찬탄과 반탄. 불과 얼음같이 결코 섞일 수 없는 조합입니다. 전당대회가 분당대회가 되면서 무슨 사달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질 겁니다.

전한길씨가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 몫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서 그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 시기적으로 우리 현대 정치사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이 손안에 있소이다.” 국민의힘 운명이 그의 손에 쥐어진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황재승 기자
황재승 기자 hjs@kyongbuk.com

국회, 정치, 출향인 및 영상취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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