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세가 참 처량하게 됐습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 같습니다만 ‘아! 옛날이여’란 노래가 있죠? 그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재명 정부가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검찰청 폐지를 확정했는데요. 의회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국회 통과는 예정된 수순입니다. 제헌 국회 이후 지난 77년간 우리나라를 호령했던 검찰이 1년 뒷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바로 직전 정부의 대통령을 배출했던 검찰이 아닙니까? 대통령과 함께 주요 요직을 검사 출신들이 차지했습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이름까지 들었습니다.

그 서슬 퍼렇던 무소불위의 검찰이 지금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혀를 찰 노릇입니다.

조정래는 소설 ‘황금종이’에서 이렇게 검찰을 질타했습니다. “검찰이 조폭적인 야비함과 천박함을 가졌다”

물론 다양한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 볼 수 있겠지만 바로 조정래 작가가 지적한 그 속성이 오늘의 사태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검사 동일체 원칙입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제헌국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 제11조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전국 어느 검찰청, 또 어느 검사에 의해 검찰권이 행사되더라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검찰 고위층이 수사 검사에게 부당 압력을 가하는 조항으로 악용되면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검사 동일체 원칙은 꼼꼼이 따져 보면 조폭 강령처럼 일사분란한 조직 운영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은 위계와 서열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2004년에 노무현 참여정부는 이 검사동일체 원칙이 문제라고 보고 검찰청법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7조와 8조를 일부 개정했습니다.

검사의 역할을 규정하면서 명시돼 있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의 직무를 행한다.”라는 조항 자체를 삭제했습니다. 또 검찰총장과 대검 간부 그리고 검사로 이어지던 지휘 체계도 손을 봤습니다.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하여 검찰총장만이 검사를 지휘 감독할 수 있게 바꿨습니다.

또 직무이전권도 폐지됐습니다. 검찰총장은 소속 검사가 자신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길 권한이 있었던 겁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도록 한 거죠.

이로써 검사동일체 원칙은 폐지되고 검사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확보했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뼈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재 검찰청법 제 7조에서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해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 생리 상 조직에 반기를 드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겁니다. 기수문화가 철저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다 검사 동일체로 묶여 있다는 인식이 아직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엘리트 의식’이 더해지면서 조직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치는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불을 지핀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검사와의 대화 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새파란 검사들이 항명 하듯 대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제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는데요. 검찰청법을 손보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결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적인 검찰폐지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위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공수처가 설치됩니다. 검찰을 대체 할 수 있는 기관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이 나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뺏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됐습니다.

조국혁신당 조국혁신위원장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검찰폐지를 자주 거론했습니다. 조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의 타킷이 됐을 때는 서초동 법원 청사 앞을 메운 인파가 검찰폐지를 목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검찰청 폐지는 진보진영의 묵은 숙원입니다. 이번에 민주당 정권이 꿈에도 그리던 그 검찰청 폐지 숙원을 전광석화처럼 해치운 겁니다. 그런데 검찰청 폐지를 헌법 개정 없이 과연 법률로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일부에서는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을 없애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헌법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청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헌법은 구체적으로 헌법 기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 국회, 대통령,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입니다. 여기에 검찰은 없습니다. 정부의 한 기관이지 헌법기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헌법이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을 헌법 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의문입니다. 왜 검찰청을 없애느냐 하는 겁니다. 검찰 권력을 완전히 형해화 해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잖습니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심판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검찰청을 없애면 수사권력이 약화됩니까? 현재 나온 조직개편안은 행안부에 권력이 집중되도록 돼 있습니다. 개편안대로 되면 행안부가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에 이어서 중수청까지 거느리게 됩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서 더 큰 권력기관, 초유의 거대 공룡 수사 조직을 만드는 모순된 결과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검찰 보다 정권의 입김에 더 쉽게 흔들리는 갈대 조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보진영은 검찰개혁 완수라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합니다.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절제되고 투명한 검찰권을 행사해 왔다면 검찰이 이렇게 사라지지는 않았겠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이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뒤늦은 후횝니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검찰을 완전 해체해야만 했나 하는 겁니다. 일선 검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사를 하고 기소할 수 있도록 검사 동일체 인식을 완전히 없애고 검사의 독립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검찰 해체의 시간입니다.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검찰 내부 뿐 아니라 사회에 큰 파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이 혼란기를 틈타 범죄가 극성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만들었습니다. “법원은 재미 없는 천국이자만 검찰은 재미 있는 지옥이다.” 검찰 조직이 힘들지만 그래도 권력을 누리는 재미가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조정래 작가가 말했듯이 조폭적 야비함과 천박함이 재미를 더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재미있는 지옥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결혼 상대로 인기를 끌었던 판사, 검사, 의사 등등 사자 행렬에서 이제 검사가 빠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더욱 깊은 논의를 해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 최선의 안이 도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들은 선거 때 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약속을 해 왔습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땝니다

정치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보고 개편안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황재승 기자
황재승 기자 hjs@kyongbuk.com

국회, 정치, 출향인 및 영상취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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