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 양측 패널, 통상·사법·에너지·권력구조 쟁점별로 정면 충돌
“국익 우선” vs “외교 리스크” “사법개혁 필요” vs “삼권분립 훼손”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을 두고 여야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경북일보TV ‘진담승부’는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진행으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홍석준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을 초청해 이 대통령 회견의 의미와 파장을 분석했다.
진행: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대담: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홍석준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
강민구 부원장은 이 대통령의 회견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와 당 대표 경험에서 나온 식견이 회견 전반에 배어 있었다”며 “기자 질의에도 거침없이 답했고, 지역별 대화·간담회를 자주 여는 등 리더의 핵심 덕목인 ‘경청’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IT·AI 현안은 수석에게 묻는 장면이 세대 한계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대체로 명쾌·상쾌·통쾌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홍석준 전 의원은 “소통 노력은 긍정적이나, 권력분립 인식과 원전·통상 관련 메시지는 ‘권위적·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법부 아래 사법부가 있는 듯한 뉘앙스, ‘원전은 10~15년 걸려서 어렵다’는 식의 발언은 국가 인프라 전략과 헌정 질서에 위험한 신호”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없다”고 밝힌 대목을 두고도 해석이 갈렸다. 강 부원장은 “우방과 예의를 지키되 국익을 침해하는 합의는 불가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미국 행정부와 합리적으로 협상하면 ‘좋은 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전 의원은 “원론적 원칙엔 동의하지만 ‘서명 못한다’는 단정적 표현은 외교무대에서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측의 강경 반응을 부를 수 있고, 관세 25% 원복 같은 역풍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그간 정부 설명과도 결이 다른 대목이 있어 신뢰성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현지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 기술인력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상반된 분석이 나왔다. 홍 전 의원은 “전례 드문 일로, 한미관계 전반 냉각의 징후”라며 “대사 공석 장기화, 협상 의제의 ‘패키지’ 접근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강 부원장은 “현지 당국의 비자·고용 개념 혼동에서 비롯된 해프닝 성격이 크다”며 “공장 건설을 위한 기술자 파견을 상시 고용으로 오인한 결과로, 비자 시스템을 신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발언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홍 전 의원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은 대법원장의 인사권과 무작위 사건배당인데, 특정 사건을 특정 법관이 맡도록 설계되는 특별재판부는 독립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위헌성 논란에 선제적으로 선 긋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 부원장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선출 권력은 견제받지만 사법도 헌법 질서 안에서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라며 “그간 견제에서 비켜 있던 검사·법관에 대한 책임성 강화 장치를 모색하는 흐름”이라고 반박했다.
권력서열 발언 파장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강 부원장은 “국가원수·국회의장 순으로 ‘국가 의전상 순위’를 뜻했는데 ‘서열’ 표현이 상하 조직으로 오해를 낳았다”며 “‘우선순위’ 정도로 정리했으면 불필요한 논란을 피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전 의원은 “입법이 사법 위에 있다는 식의 논리는 입법독주로 흐를 위험이 크다”며 “삼권은 상호 견제·균형 속에 동등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수청의 행안부 이관 가능성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홍 전 의원은 “행안부는 이미 정부 조직·인사·경찰·소방 등 거대 권한을 쥐고 있다”며 “여기에 중수 기능까지 더하면 ‘초(超)메머드 부처’가 돼 부처 간 견제 균형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찰·중수청 업무 중복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강 부원장은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검찰권 분산과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방향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했다.
홍 전 의원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원전을 외면하면 결국 ‘점진적 폐쇄’로 간다”며 “국가 인프라는 10~15년이 걸려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소형모듈원전)에 대해서도 “효율·수용성 과제는 있으나, 원전 생태계를 유지해야 수출 경쟁력도 지킨다”고 주장했다.
강 부원장은 “AI·AX 산업에 100조 투자 구상 등 신산업 드라이브에 맞춰, 원전만 바라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환기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적극 발굴하고, SMR은 신중히 접근하되 기술 발전을 병행해야 한다”며 “지역 수용성 문제(NIMBY) 해결도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렸다. 홍 전 의원은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보인 진전 신호가 강성 지지층 반발에 후퇴했다”며 “결국 ‘통합의 제스처’에 그칠 수 있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강 부원장은 “취임 100일 남짓에 야당 대표를 두 차례 만나고 ‘가진 쪽이 더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낸 점을 평가해야 한다”며 “경청과 배려의 정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진담승부’에서 드러난 것은 대통령 회견의 ‘톤과 메시지’가 국내외 협상 지형에 미칠 파장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다. 통상·사법·에너지·권력구조 쟁점들은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대미 협상 언어의 수위 조절, 사법개혁 설계의 정합성, 전력 수급과 데이터경제의 시간표, 권력분립에 대한 헌법적 언어의 정밀함이 상호 연결돼 있는 상황이다. 경청과 결단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세우는 정교한 국정운영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