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외교 공백 논란…경주 APEC 정상회담서 돌파구 기대
“3500억 달러 투자·25% 관세 압박, 한국 경제 위기”
한미 무역 협정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환율도 치솟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두 차례 미국을 방문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한미무역 협상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경북일보TV ‘진담승부’에서는 강민구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홍석준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과 함께 분석해 본다.
-진행: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대담: 강민구 민주연구원 부원장,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
△3500억 달러 투자 요구, 한국 경제의 위기
홍석준 전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 구조상 무역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큰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핵심 쟁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투자 방식이다. 한국은 대출과 보증 방식을 생각했으나, 미국은 선불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강민구 부원장은 “3500억 달러는 원화로 약 490조 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에 거의 버금가는 금액”이라며 “이 금액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의 80%가 넘는 돈으로, 현금 투자를 하면 외환이 바닥나 제2의 IMF가 도래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인상의 파급 효과.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25%로 고정될 위험이 있다. 홍 전 의원은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 일본, EU는 15%로 확정됐는데, 우리가 25% 관세를 물면서 대미 수출을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철강과 비철금속은 50%, 의약품은 10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대한민국 주력 제품들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부원장은 “일본이 5500억 달러, 약 77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일본과 한국은 경제 사정이 다르다”며 “EU, 동남아, 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중소·중견 기업에 투자를 확대해 기업 체질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통화 스와프와 외교적 과제.
한국 정부가 요청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에 대해 홍 전 의원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IMF 때와 이명박 정부 때 각각 500억 불, 300억 불 정도 했지만, 미국이 통화 스와프에 조심하는 이유는 달러 가치 하락과 경제 위기 전염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력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홍 전 의원은 “강경화 주미 대사 내정자가 오기 전에 대사를 너무 빨리 교체해 공백 상태가 됐고, 유엔 한국대사에 경험이 없는 인사를 임명하는 등 외교 안보 역량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 부원장은 “외교력이 정말 살았기 때문에 우리가 넙죽 엎드리지 않고 우리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며 계속 협상을 해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행보와 북한 정책.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주최 만찬에 불참한 것에 대해 홍 전 의원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비판했다. 반면 강 부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줄 서서 기다리다가 30초 40초 만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면, 의도적으로 불참한 것이 적절한 판단”이라고 옹호했다.
UN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END(남북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강 부원장은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하면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핵 동결이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 전 의원은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남북 교류는 유엔 제재를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미 무역 협상의 교착 상태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홍석준 전 의원은 “협상이 오래 갈 경우 우리 산업은 추풍낙엽이 될 가능성이 크며, 소상공인과 식당 등 서민들이 가장 많이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 모두 10월 말 경주 APEC에서 양국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발언 전문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