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청문회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역시 말 참 잘 만듭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열렸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빗댄 표현입니다.

그러면 한 번 생각해 볼까요? 국회 법사위는 지난 5월에도 청문회를 열었지만 이번과 마찬가지로 조 대법원장 등이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는 이렇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사법 독립 보장 취지에 반한다”

여러분께서 판단해 보십시오. 민주당이 청문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잘 아시는 것처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이 전격적으로 열어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대한 배경 조삽니다.

조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기일을 앞당겨 잡고 유죄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고 보는 겁니다. 사법의 정치화를 꾀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서울고등법원이 전광석화같이 파기환송심을 열어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면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대법원의 최종 선고까지는 시간상 가지 못했더라도 판세에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섬뜩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 파기환송심이 사법부의 대선개입이라고 정치적으로는 외칠 수는 있겠지만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빨리했다고 처벌할 규정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법부는 판사들이 양심과 법률에 따라 판결하도록 하고 있을 뿐입니다.

분통이 터져도 사실상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큰 거 한 건했습니다. 판결 자체를 난타한 것이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 했다는 녹음 파일을 그것도 국회 법사위에서 틀었습니다. 대법원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겁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대통령권한 대행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와 내연 관계라는 김 모씨 등이 회동하면서 엄청난 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 사실이라면 정말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하지만 한 유튜브 채널이 제 3자를 내세워 녹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뢰성이 있을까요? 대법원장을 걸고넘어지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음성파일의 신뢰성 문제가 집중 재기되자 민주당은 태세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한덕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가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이 왜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렇게 성급하게 결론 내리면서 대선에 개입했느냐다.”

그럼 한번 짚어 보도록 하죠. 민주당이 청문회로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뭐가 있을까요? 요즘 이야기 많이 나왔죠? ‘국가권력에도 서열이 있다.’

대법원장이 청문회장에 나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대법원장을 마치 죄인 다루듯이 국회의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질책을 해댈 겁니다. TV에서 보신 험악한 장면 그대일 겁니다. 전두환 청문회 때 당시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던지며 분기탱천하는 모습을 보여서 일약 스타가 됐잖습니까?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의도적 발언들이 쏟아질 겁니다. 그야말로 대법원이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 서열은 저절로 매겨집니다. 그리고 사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는 자존심도 여지없이 무너지겠죠.

사법부 권위도 함께 무너집니다. 사법부 서열이 자연스럽게 입법부 즉 국회 아래로 가게 되겠죠. 그리고 짚어 볼 것이 대법원장 탄핵입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대법원장 탄핵,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닙니다.

만약이라는 대전제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는 순간 대법원장 직무가 정지되고 선임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헌재 선입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입니다. 법원조직법상에는 선임으로만 규정돼 있어서 노 위원장이 대행을 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헌법기관장이 또 다른 헌법기관장을 대행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선거법 위반 사건이 많은데 선거관리위원장이 대법원장을 겸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노태악 위원장이 기피를 하면 다음 순서가 이흥구 대법관입니다. 이 대법관은 잘 아시는 것처럼 서울대 재학 중에 민추위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6·29 민주화 덕에 사면이 돼 법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전과가 있는 첫 법관이죠? 문제가 된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전원합의체가 파기 환송을 결정할 때 이흥구 대법관은 반대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또 조국 사건과 관련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인용한다면 대법원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문제를 비롯해서 법원 인사 등 현 정부 시책 추진과 사법부 개조에 최적임자일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관은 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하면 대법원장이 그중에서 선택해서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게 돼 있습니다. 그야말로 코드가 맞는 인사들을 제청해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의 색깔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사법부 압박을 위해서 대법원을 방문해서 감사를 하겠다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국회는 매년 법원 감사 마지막 순서로 대법원을 방문해서 종합감사를 해 왔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감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 분위기는 매우 험악해지겠죠.

그런데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원 내 입지는 탄탄해지는 듯 합니다. 여권 성향의 법관 회의도 1차 회의 후 2차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가 돌고 있네요.

많이 빠른 감이 있지만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조희대 대 문형배, 문형배 대 조희대. 조희대 대법원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구돕니다.

물론 재미로 짜 본 대결 구도일 수 있습니다만 흥미롭습니다. 문형배 대행의 요즘 행보가 활발합니다. 민주당에서도 눈 여겨 보고 있을 듯합니다.

물론 현 대법원장에게 정치색을 입히는 것은 위험천만입니다. 대법원장이 정치로 나간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야당이 강한 압박을 하고 탄핵까지 할 경우 현 정권에게 탄압받는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또 한 명의 전사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아 일약 대권 후보로 올라선 것과 같은 코습니다.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법개혁이란 이름의 전차, 정말 급발진하고 있습니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서 가라고 했죠? 지나치게 서두르면 되래 손해 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도 될 정도로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또 다른 투사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붕어빵에 진짜 붕어를 넣으면 바로 그게 사곱니다. 원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는 게 맞습니다. 정치가 살아서 작동하는 여의도를 기대해 봅니다.

황재승 기자
황재승 기자 hjs@kyongbuk.com

국회, 정치, 출향인 및 영상취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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