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 관광객 30%↑·본점 앞 1시간 반 대기…SNS·외신 타고 전국적 인기
경주시 “APEC 효과로 외국인 방문 급증…지역상권 활력 회복의 신호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첫 주말,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은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으로 붐볐다. 회의 기간 경주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맛있었다”는 한마디가 지역 명물 ‘황남빵’의 인기를 폭발시켰다.
2일 오후 황남빵 본점 앞에는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이 인근 골목을 따라 주차장 입구까지 이어졌다. 매장 앞 전광판에는 ‘대기시간 약 1시간 30분’이라는 문구가 떴다. 가족 단위 관광객부터 외국인 여행객까지 줄을 서 있었고, 일부는 접이식 의자나 음료를 들고 차례를 기다렸다. 매장 주변에는 포장 손님이 몰리며 혼잡이 빚어졌다.
매장 내부는 분주했다.
직원들은 끊임없이 반죽을 빚고, 구워 나온 빵은 진열대에 올리자마자 팔려 나갔다. 팥앙금 향이 매장 안을 가득 채웠다. 한 직원은 “시 주석에게 선물로 줬다는 뉴스가 나온 어제부터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다”며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은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방문한 직장인 이하영(24)씨는 “SNS에서 줄이 길다는 영상을 보고 일부러 왔다”며 “시진핑 주석이 맛있다고 한 빵이라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린웨이(32)씨는 “중국에서도 팥빵이 많지만 황남빵은 덜 달고 부드럽다”며 “시 주석이 언급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황남빵은 1939년 경주시 황남동에서 고(故) 최영화씨가 처음 빚은 전통 팥빵이다. 얇은 밀가루 피 속에 팥앙금을 채우고 손으로 빗살무늬를 새겨 구워내는 방식이 8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경주를 대표하는 향토 브랜드로 지정돼 있으며, 이번 APEC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 방문객은 99만6천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만8천176명)보다 30%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도 크게 늘었다. 경주 주요 숙박시설은 주말 대부분 만실을 기록했고, 주변 상점과 음식점 매출도 상승했다.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평소 주말보다 두세 배 이상 손님이 늘었다”며 “황남빵 사러 왔다가 커피까지 마시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황리단길 인근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도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며 APEC 특수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황남빵 직원은 “시 주석에게 선물로 줬다는 뉴스가 나온 어제부터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APEC 홍보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오늘 판매분도 곧 동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