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선언’은 새로운 출발…문화·기술 융합 거점 도약 시동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일 경주에서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선언은 APEC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창조산업’을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명문화하고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공동비전으로 제시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한중·한일 회담도 연이어 열리며 ‘실용외교’의 무대로 평가받았다. 미중 정상은 관세 전쟁 확전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며 협력의 물꼬를 텄다.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1700여 명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 ‘APEC CEO 서밋’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며 세계 경제인들의 협력 의지를 다졌다. 경주가 천년의 역사와 첨단 기술이 만나는 아시아 협력의 상징 도시로 자리매김한 이번 회의의 성과와 과제를 경북일보는 ‘경북, 세계를 품다-2025 경주 APEC 이후의 미래’ 제목으로 상·중·하 3편을 보도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가 천년의 유산과 첨단기술을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와 AI가 결합된 ‘경주선언’은 세계 도시들이 직면한 미래경제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의는 경주를 단순한 역사도시가 아니라 ‘문화와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도시’로 ‘경북형 창의경제의 출발점’으로 부상시켰다.
경주선언은 ‘연결(Connectivity)·혁신(Innovation)·번영(Prosperity)’을 핵심 축으로 삼았다. 이 세 단어는 곧 경북의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신라의 개방과 교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연결’은 이제 디지털 시대의 협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과 국가, 산업과 산업, 문화와 기술을 잇는 네트워크형 경제 구조가 바로 그 중심이다.
이번 APEC 기간, 세계 정상들과 글로벌 CEO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키워드는 ‘AI 협력’과 ‘포용적 성장’이었다. 이는 경북이 전통산업 중심의 지역경제에서 첨단기술·문화콘텐츠 기반의 융합경제로 전환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주는 천년의 역사유산 위에 디지털 혁신을 더해 세계와 소통하는 무대가 됐다”며 “경북은 이제 문화와 기술, 인재가 어우러진 창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주선언의 핵심인 ‘문화창조산업’은 단순히 예술이나 관광이 아니라 지역의 기술력·AI·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경제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는 ‘문화외교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월정교,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 등 경주의 명소는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겼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첨성대 미디어아트, XR 왕경 재현버스, AI 기반 관광 안내 서비스 등은 전통과 첨단의 조화를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콘텐츠는 경북의 문화·관광 산업이 단순 소비형이 아닌 지속가능한 창의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경북도는 이번 APEC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MICE 도시’ 도약을 선언했다. 화백컨벤션센터의 첨단화, 스마트 교통 인프라 구축, 외국인 친화적 숙박·상업시설 확충 등은 경북형 국제회의 산업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다.
김상철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장은 “경주가 APEC을 완벽히 운영하며 국제행사 도시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이제는 경북 전역이 국제행사와 창의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경제적 성과도 가시적이다. 대한상의 등의 분석에 따르면 APEC 경주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7조4천억 원으로 단기적 소비 진작뿐 아니라 중장기적 브랜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주선언을 계기로 경북이 ‘문화와 기술의 융합 거점’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산업혁신은 결국 지역의 문화적 DNA와 결합할 때 경쟁력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경북은 신라의 예술성과 산업 인프라를 잇는 창의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또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산업·교육·관광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도 필요하다.
경주 APEC 이후 경북의 과제는 명확하다. 우선 문화산업의 산업화다. 전통과 예술에 AI·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인재의 글로벌화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창업과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관광 인프라 구축은 핵심이다. 단기적 방문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문화·기술 체험형 관광을 통해 경북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켜야 한다.
손삼호 글로벌 문화관광연구원장은 “경주는 과거 외교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미래산업 외교의 무대가 됐다”며 “경북이 문화창조와 기술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경주선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