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지원에서 전 세대 아우르는 가족 복지로 확장
공동육아·희망이음사업·아이행복 프로젝트로 저출생 대응
성주의 한복판, 가족의 온기를 지켜내는 한 사람이 있다. 성주군가족센터 최연정 센터장은 21년 전 첫 사회복지 현장에 발을 들였던 그 마음 그대로 오늘도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선다. 아이의 웃음, 부모의 안도, 어르신의 미소가 이어지는 그 자리에 늘 그가 있다.
그의 삶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가족이 곧 지역의 힘’이라는 신념의 기록이다. 다문화가정 지원에서 시작된 한 걸음이 이제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품는 성주의 복지 울타리로 확장됐다.
가족이 무너지는 시대에, 가족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최연정 센터장을 만나본다.
△21년 현장의 발걸음, 그리고 성주와의 인연
최연정 성주군가족센터장(44). 그의 하루는 늘 ‘가족’이라는 두 글자에서 시작해 그 안에서 끝난다.
21년간 사회복지 현장을 지켜온 그는,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웃음과 안도’를 삶의 보람으로 삼는다.
“가족은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한 울타리예요. 가족이 무너지면 지역도, 사회도 함께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가족을 지키는 일이 제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그의 첫 발걸음은 2004년 사회복지법인 가정복지회였다. 황폐화된 가정과 지역사회를 일으켜 세우자는 뜻에서 설립된 이 기관에서 그는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무겁고도 귀한 일인지 배웠다.
“가난과 외로움 때문에 무너지는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사회복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현장을 보면서, 저는 제 인생을 이 길에 바치겠다고 다짐했죠.”
2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성주군가족센터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원기관으로 출발한 센터를, 이제는 모든 세대를 품는 가족의 거점으로 키워가고 있다.
△다문화의 벽을 넘어, ‘모든 가족의 공간’으로
성주군가족센터는 처음에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공간이었다. 한국어 교육, 문화 적응, 자녀 교육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최 센터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문화가족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가족은 다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하잖아요. 성주의 모든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22년 센터의 명칭을 ‘가족센터’로 바꾼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이제 이곳에서는 다문화가정뿐 아니라, 지역의 모든 세대가 어울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부모교육, 가족축제, 여성대학, 청소년 프로그램, 그리고 어르신을 위한 활동까지…. 센터의 문턱은 낮아지고, 안은 더 넓어졌다.
△“센터 덕분에 이사 가지 않았어요”...공동육아나눔터에서 피어난 기적
성주군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다. 최 센터장은 이 문제 앞에서 공동육아나눔터라는 대안을 꺼내 들었다.
이곳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돌봄 공동체다.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놀고 함께 키우는 마을 단위의 실험장이었다.
“어느 날, 한 어머니가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센터 덕분에 대구로 이사 가지 않고 성주에 남았습니다.’ 그 말이 제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죠.”
그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게 두렵지 않고, 오히려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다문화 사회, ‘함께 사는 이웃’을 위한 발걸음
외국인 주민이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라 부른다. 성주는 이미 그 문턱에 다다랐다. 결혼이민자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최 센터장은 2023년부터 ‘희망이음사업’을 시작했다. 150여 명의 외국인 가족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며, 성주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분들이 단순히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지역의 이웃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분들이 성주를 ‘내 고향’이라 말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는 거죠.”
△아이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를 품다
성주군가족센터의 프로그램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아동·청소년에게는 놀이문화와 진로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부모세대에는 교육과 소통의 장을, 어르신에게는 관계 회복과 행복한 노후 지원을 제공한다.
작년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환경탐구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아동의 놀이권 회복을 위한 ‘아이행복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이를 두고 “성주에서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센터가 뒷받침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도 흔들립니다.” 최 센터장의 말에는 늘 ‘가족’이라는 단어가 담겨 있다. 그는 가족이 단순히 사적인 울타리가 아니라, 지역과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믿는다.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도 결국 가족에서 시작되고, 가족에서 풀어야 해요. 가족이 든든해야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가 안심하고 키울 수 있습니다. 성주군가족센터가 바로 그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미래를 향한 약속
최 센터장은 지금도 끊임없이 현장을 찾는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교실, 다문화가족의 작은 축제, 어르신들의 웃음이 묻어나는 배움터. 그곳에서 그는 늘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앞으로도 가족센터는 성주군민의 든든한 동반자로 서겠습니다. 가족의 다양성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 힘으로 더 건강하고 따뜻한 성주를 만들겠습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늘 귀 기울이고, 지역 자원과 손잡아 지속가능한 복지 기반을 다져나가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흔들림이 없다. 가족을 위한 21년의 발걸음은, 이제 성주군의 내일을 위한 희망이 되어 빛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