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

차가움과 뜨거움이 번갈아 지나간
나무의 움푹한 몸통은 온돌방이었다

그냥 두면 터져 버릴 거 같은 가을은
불티로 매달린 잎들을 데리고 끈적거리는 탐욕 속으로
먼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혼자여서, 거부할 수 없는
아프거나 젖을수록 더 서러워지는
구르몽의 시집 낱장을 헤적여
여백 많은 페이지 속에 한 줄 적막 새겨넣는다

헤진. 신발 끌고 돌아오는 나그네처럼
끝내는 허탈이겠지만
성큼 다가온 추위에 쩍쩍 갈라진 몸을
너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나를 감싸주지 못한 너는
거부하는 나를 신비롭게 바라보았을 테지

남긴 한점 불씨 같은 홍시 하나로
품 안에 다시 돌아온 겨울 새 너의 부리를
움푹해질 대로 움푹해진 나는 품는다

자서전 한 페이지 얼룩을 남길지라도

▲ 시 은상 오상연, 서정문학 등단, 형상 시 학회 회원, 모던포엠 추천 시인상.
▲ 시 은상 오상연, 서정문학 등단, 형상 시 학회 회원, 모던포엠 추천 시인상.

◇ 수상소감
蓮夢 그 이후
단단하고 튼실한 놈은 가슴 장화 신은 아저씨에게 쑤-욱 뽑혀야 했어
펄은 내 발목을 자꾸 잡아당겼어
어쩌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숭숭 뚫린 구멍 속으로 스며들 물,
행여 등허리까지 젖을까? 버쩍 마른 잎 같은 두 귀는, 한동안 버석거렸어
젖은 둑에 걸터앉은 엉덩이가 무거운데 중참 때 뻣뻣한 손가락 접고 보니
이틀 후면 장날이었어
아내 몰래 뒤란에 숨겨둔 나를 어쩌겠다는 것인지
내가 봄부터 여름내 쓴 시는 덤으로 얻은 뿌리들, 동강 난 것들은 자루에 담은
미자네 아버지 입가에는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지
연근을 추수하는 이웃 아저씨가 그러하듯, 잡히지 않은 글쓰기에
새 길을 열어주신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관계자 및 심사 위원님들께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의 말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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