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의 시부문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응모작이 출품되었다. 시부문 응모작은 모두 2,079편. 그 가운데 45명의 작품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왔다. 예심으로 선별된 작품을 들고 3인의 본심 심사위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15명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년기의 상처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단순히 넋두리하듯 노래하거나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그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좀 더 그럴싸하고 쌈박한 표현만이 시의 요체라고 오해하고 있는 작품들도 몇몇 보였다. 최종심에 오른 마지막 세 작품은 「감나무 고백」, 「밑줄 사용처」 그리고 「후박나무」였다.
먼저 「감나무 고백」, 시 속의 화자는 감나무의 상처가 되는 “나무의 움푹한 몸통”은 ‘온돌방’,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구르몽의 시집 속 여백에 새겨넣는 ‘적막’, “추위에 쩍쩍 갈라진 몸”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움푹해진 몸으로 겨울 새의 부리도 품어주면서 세계와의 따뜻한 화해를 이루고 있는 그 순간들이 얼룩일지는 모르지만 “자서전의 한 페이지”라는 것. 그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절대로 사랑의 유대를 놓지 않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밑줄 사용처」, 문장과 밑줄 긋는 것으로 우리들 삶의 진리를 간명하게 묘파해내고 있다. “밑줄은 결국/세상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멈춰 서서 다시 보는 법”이고 “사랑과 상처의 경계에 그어져 있”는 것이라고. 위 두 분의 작품에서 함께 제출된 다른 작품들의 편차가 보여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후박나무」, 남쪽 바닷가 높이 20m로 자라는 후박나무를 제재로 하여 시적 화자의 내면 성장통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우선 후박나무라는 시적 대상을 관념과 지식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접하고 있어 신선했다. 타인의 입이 내 몸의 무성한 그늘을 만들어 세상과의 교섭을 단절시켜 내 꿈 접게 만들었고, 그 접은 꿈의 아픔이 결국 내 “무성한 초록의 귀를” 갖게 했다는 것. 시의 첫 행과 마지막 행의 아귀가 튼실하게 맞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제출된 다른 작품들도 우수하였다. 대화체 어법을 구사하여 구름과 당신을 불러 만든 뽀얀 슬픔의 시간 「구름라떼」, 각 연이 길이가 짧고 긴 행이 5연 연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독특한 리듬감을 형성하면서 수평선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수평선에 대한 묵상」, 또 “달이 뜨는 호수 월내”의 그 지명(地名) ‘월내(月內)’라는 시어로 어머니 당신의 뜨거운 사랑을 “달을 끓이고 있다”는 달국으로 표현한 「월내(月內)」 같은 좋은 작품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어서 응모작 「후박나무」가 금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사진 잘 찍는 요령인 선택과 배제가 시 쓰기에도 관건이 된다. 산문의 언어가 인간의 몸으로 펼치는 산보(散步)라면, 운문인 시의 언어는 인간의 몸으로 펼치는 춤[舞踊]이라고 했던 폴 발레리의 언술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수상의 영광을 얻게 된 분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도 입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약력
제38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데뷔
시집 <가나다라마바사> 외 8권
윤동주 문학상, 이호우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글학회 표창장 등 수상
대구문인협회, 대구예총 회장, 대구문화재단 대표 역임
현)학이사 독서아카데미 원장
△약력
『사람의 문학』과 시집 『낙동강』으로 등단
시집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 외
교육·인문학 저서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외
대구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시와반시』기획편집위원
낙동강 문학상 수상
△약력
1965년 경북 청도 매전 출생.
2000년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
시집으로 『저, 쉼표들』, 『몸꽃』, 『꽃과 별과 총』 등
현재 계간 『불교와문학』 편집위원, 대구경북작가회의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