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부터 내 몸에서 잎사귀가 피었다


들은 척 할 때마다 몸에서 가지가 뻗었다
사람들의 입을 잎으로 만드는 재주가 생겼다


귀는 나에게 감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잎은 무성한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 아래서 혼자만의 주파수로 세상을 읽었다


세상은 나와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
자주 넘어졌다
나에게 닿지 않은 소리, 바닥에 나뒹굴었다
더듬었지만 연기처럼 사라졌다
사라지는 것들을 잡으려다 넘어질 때마다
먹먹해지는 꿈들을 하나씩 접었다


접힌 꿈들은 귀가 되었다


접힌 채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내 몸의 잎들이 커다란 귀를 세웠다


활자중독 무성한 초록의 귀를 가졌다

▲ 시 금상 이영미,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업, 2006년 《아동문화평론》 동화 등단
▲ 시 금상 이영미,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업, 2006년 《아동문화평론》 동화 등단

◇수상소감

글을 쓰는 행위가 공기를 마시듯 편안했으면 했습니다.

젊은 날 윤동주 시를 중얼거리며 밤하늘 별을 헤아렸고, 유치환의 바위처럼 묵묵하게 살아가길 원했지만 살아내는 일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에 시가 제 곁을 떠나갔는지도 모르고 중년이 되었습니다. 빈집처럼 비워진 마음에는 늘 찬바람만 불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무엇을 잃어버렸던 것일까요. 빈집을 들여다보며 멀리 떠나보냈던 메아리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더군요. 너무 멀리 간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메아리가 돌아왔습니다. 너무나 고운 모습으로요.순간, 모두에게 감사했습니다. 늘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과 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글을 쓰는 내 곁의 모든 벗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그 먹먹했던 꿈들을 펼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그늘이 비록 깊고 넓지 않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키워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시의 주파수에 맞춰 귀를 기울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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