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평가 극명…당내선 ‘배신자 프레임·태도 논란’ 여전
지방선거·재보선 등판 여부 촉각…“중앙 잔류 vs 지방행”
요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주가가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신속하고도 강렬한 메시지로 여론을 이끌었다. 또 당시 야당의 반대를 뚫고 자신이 주도했던 사모펀드 론스타 외환은행 투자분쟁 사건에서도 최종 승소했는데, 우리 돈으로 무려 4000억 원을 아꼈다. 이른바 한동훈의 계절이 열린 듯하다.
경북일보TV ‘진담승부’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대담에서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향후 전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대담: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지역위원장, 홍석준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진행: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론스타 승소의 의미와 공로 논쟁.
홍석준 전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가 최근 여러 이슈에서 “파이팅 넘치게” 민주당을 비판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론스타 사건의 경우, 1997년 IMF 사태 이후 외환 확보가 시급했던 상황에서 2003년 외환은행을 헤지펀드 론스타에 1조7000억 원에 매각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의원에 따르면, 론스타는 HSBC 홍콩상하이뱅크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검찰 수사로 인해 무산되고 결국 하나은행에 매각하게 됐다. 이에 론스타 측은 2012년 한국 정부가 수사를 명목으로 매각을 방해해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기구에 4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9월 우리 정부가 부분 패소하며 약 2800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민주당은 항소를 강력히 반대했다. 강민구 지역위원장은 “배상 이자가 너무 높고 로펌만 배불리며, 국제투자분쟁센터에서 1심이 뒤집어질 확률이 극히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공명심을 경계해서”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전 의원은 2024년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제분쟁소송 전담 법무국을 신설하고 중앙대 로스쿨 교수를 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을 대폭 강화한 것이 승소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본다면 한동훈 장관도 분명히 역할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으며, 실무적으로는 국제법무국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총리의 ‘새 정부 쾌거’ 발언 논란.
김민석 총리가 론스타 승소를 ‘새 정부의 쾌거’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홍 전 의원은 “불과 4개월 만에 이걸 할 리는 없다”며 “이재명 정권의 숟가락 얹기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의 강력한 대응이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지역위원장은 “시작과 끝맺음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이재명 정부가 추락하고 있던 외교력을 복원해서 위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때처럼 “개최했을 때가 국민들에게 더 각인되기 마련”이라며 “‘운도 실력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복잡한 시선.
흥미롭게도 론스타 승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만, 정작 국민의힘 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 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나 지금 실무진은 빼버리고 본인만 내세우니까 좀 심하지 않냐”는 시각이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대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된다면 당이 안고 갈 수도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홍 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제2의 유승민 의원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태도 변화가 필요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당시 당대표로서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한 것에 대해 “우파 보수진영의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배신자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최근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 운동복도 입지 않고 혼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져서 당이 어려울 때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한 전 대표의 현 상황을 “진퇴양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고, 현재 극우 아스팔트 세력과 윤어게인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기를 믿고 따르는 계파 국회의원도 없고, 자신이 비대위원장할 때 사무총장을 했던 장동혁 대표마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어려운 처지를 강조했다.
△친윤-반윤 구도의 변화.
현재 국민의힘 내 친윤-반윤 갈등에 대해 홍 전 의원은 “이미 없어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고, 가장 핵심적인 분들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투옥된 상태고 장재원 의원은 운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에 친윤 반윤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대신 “뚜렷한 계파가 없는 상태에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강하게 목소리를 낼 거냐 아니면 통합을 하면서 갈 거냐 이런 노선을 두고 생각이 좀 다를 뿐”이라고 분석했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과 장외집회
최근 다선 의원들이 장동혁 대표를 만나 당 분위기 쇄신을 요구한 것에 대해, 홍 전 의원은 한 전 대표를 비롯한 비윤 세력에 대한 포용 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장 대표가 선수별로 오찬 회동을 하는 것은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이재명 민주당 정권과 싸우지 않는다”는 비판적 목소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장외집회에 대해서는 양측의 평가가 엇갈렸다. 강 지역위원장은 “어제 부산집회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며 “아스팔트 세력이나 윤어게인 세력들만 모여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1.5선인데다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훌륭한 참모도 안 보인다”며 “갈팡질팡,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전 의원은 국민의힘도 일부 그런 면이 있지만 “민주당이 사실은 훨씬 더 심하다”며 “지금 민주당은 김어준에 의해서 휩쓸려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정청래 대표의 당헌당규 개정안 중 “비례대표를 뽑는 것을 당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부분은 좋은 면이라고 평가했다.
△한동훈의 미래와 선거 출마 가능성.
한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 상승에 대해 강 위원장은 “반짝 인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가 6월에 있는데, 여기에 한 전 대표의 역할이 있느냐에 따라서 존재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홍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이기기 위해서는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한 전 대표 역시 그런 자원 중 하나”라고 봤다. 현재 가장 쉽게 거론되는 것이 경기지사라고 했지만, “어려운 지역을 맡길 경우에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경기지사든 부산시장이든 광역단체에 나가라고 종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당선되면 살아남고 낙선하면 아웃이고, 당선되더라도 지방정치인이 돼버린다”며 “중앙에서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중앙정치 무대에 살아 있으려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전 의원은 부산 지역의 경우 “한동훈 전 대표와 인연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경기지사는 “여론조사상으로 앞서 있는 분이 유승민 전 의원”이라며 “당에서 제안을 해도 본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론스타 승소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권의 시선은 복잡하다. 대외적으로는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전히 ‘배신자’ 프레임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탄핵 정국에서 보인 행보와 최근 선거에서의 애매한 태도가 당내 반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국민의힘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향후 정치지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입지 회복과 지방정치로의 전환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