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민간투자 병행해 시장 창출” 디지털 트윈·청년창업 지원 제안
“안동, 수열·수상태양광 결합한 재생에너지 복합 모델 테스트베드 될 것”
안동에서 열린 ‘제28회 경북포럼’ 패널토론은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제도·시장·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논의의 장으로 펼쳐졌다. 현장에서는 산업단지 고순도 용수 공급, 국제 인증·조달 등록 로드맵, 디지털 트윈 구축과 청년 창업 지원 방안 등이 잇따라 제안되며, 물-에너지 융합 전략의 방향을 모색하는 열기가 이어졌다.
토론 좌장을 맡은 한건연 국가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 위원장은 “수열에너지와 물산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안동이 이 분야에서 실증과 제도화를 선도한다면 전국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논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개선과 연결하는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북연구원 김희철 연구위원은 지역 기반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행정·기업·연구기관이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국제 조달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며 “대학의 분석 인프라, 기업의 현장 데이터, 지자체의 규제 특례가 결합될 때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초순수 시스템 국산화’, ‘하·폐수 자원화’ 등 협력 과제를 제시하며, 청년 창업자를 위한 시제품 테스트베드와 기술 멘토링 지원을 강조했다.
허재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도와 디지털 기술 결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공공조달과 민간투자를 병행해야 안정적 시장이 형성된다”며 “공공시설 실증→산업단지 확산→주거·상업지 확대라는 단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IoT 센서와 예측제어(MPC)를 적용하면 효율이 크게 높아지고, 도시 차원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구축하면 최적 운전 전략과 정비 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역 인재를 키우는 ‘안동형 수열 아카데미’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진 K-water 상하수도연구소 소장은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례를 들어 물-에너지 융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47.2MW 규모 발전량은 약 2만2천 가구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며 “지자체·공기업·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내 최초 상생형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상태양광과 수력, 향후 수열에너지까지 결합하면 “안동은 재생에너지 복합 모델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계에서는 산업 구조 개선과 글로벌 진출 과제도 지적됐다. 이국진 한국해양대 교수는 “국내 물 산업 기업은 1만8천여 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영세하다”며 “연 매출 28억 원, 수출 1억 원 수준으로는 세계 시장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치사슬 체계화, 기술 혁신, 해외 진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제도 개선, 시장 창출, 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건연 위원장은 “물·에너지 융합 도시 전략은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지역 미래산업의 토대”라며 “안동에서의 실증 성과가 국가 물산업 혁신을 견인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번 논의는 ‘물’이라는 공공재가 첨단기술·에너지와 결합해 지역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안동이 물-에너지 융합 도시 전략을 선도할 경우, 지역 산업 구조 고도화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